ㅤ자정이 되면 학교의 동상이 움직인다거나 화장실 몇번째 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이야기까지 자주 접할 수 있는 하나의 구전 설화다. 그런 의미에서 '장산범'은 매우 특별한 아이템이다. 과거부터 전해내려오던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발생한 현대 괴담이다. 그리고 학교나 화장실 같이 모든 지역에 있는 공간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장산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산의 '장산'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파생되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ㅤ그렇다면 장산범을 비롯한 현대 도시 괴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시대반영이다. 과거에 발생한 괴담들은 과거에서부터 전해져오는 금기시 되는 것들을 극대화시켰다면, 현대 도시 괴담은 현 시류를 극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시대를 파악하기 위해서 현대 도시괴담을 들여다 보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구비문학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구비문학이라고 하면 너무 오래되었다는 인식이 종종 있다. 하지만 구비문학 중 하나인 장산범은 현대에 등장한만큼 신선한 소재이다.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구비문학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구비문학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이 다양한 콘텐츠들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아카이빙의 차원이다. 지금까지 고전 설화들은 기록되거나 혹은 구비문학의 형태로 전해져 내려왔다. 그러나 유행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에서는 괴담 자체가 가볍게 발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현대 도시괴담은 꼭 기록되어야 한다. 따라서 5조는 장산범에 대한 원전과 모티브 분석을 통해 다른 괴담과의 유사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콘텐츠를 제안해볼 예정이다.
ㅤ도시를 배경으로 형성된 이야기로, 비교적 내용이 간략하고 사실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며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소문이나 뉴스와 혼동되기도 한다. 현대 이야기문화의 대표적인 장르이며 도시전설, 도시괴담, 현대전설(contemporary legend) 등의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ㅤ일정한 서사구조를 가지며 도시 공간이나 현대적 요소가 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FOAF-friend of a friend)라는 점이 강조되지만, 최근에는 화자가 ‘나’로 드러나며, 특히 이야기의 ‘사실성’이 강조된다. 또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승되기도 하지만, 대중매체에 의해 재 언급되면서 전승이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성격이 공포로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대 이야기 문화의 양상에 훨씬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로 독자투고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당시 대중이 생각하는 괴담이 무엇이었는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았을 때, 괴담은 현대인의 무의식을 반영한 하나의 대중문화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ㅤ민속학자인 젠 해럴드 브룬밴드는 도시괴담의 전제조건으로 다음 3가지 언급했다. 첫째, 강력한 호소력을 갖춘 일상적인 이야기일 것. 둘째, 실제적인 신념에 근거할 것. 셋쩨, 의미 있는 메시지나 도덕 규범을 나타내야 할 것. 발생 기원은 반드시 현대를 배경으로 해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