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하다 마주친 장산범
제가 중학교 때 해운대 근처에 살았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는 장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중략) 일요일 새벽, 아버지와 함께 산에 올랐습니다. 마고당을 지날때쯤 뒤에서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저를 밀치고 지나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다른 곳을 보고 계셔서 못 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계속 산을 오르는데, 뭔가 시선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저 멀리서 하얀 털옷을 입은 사람이 바위 뒤에서 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순간 그 사람이 네 발로 달립니다. 그리고는 저를 덮치는 듯 엄청난 속도로 달려옵니다.
으아아악! 두 눈을 찔끔 감으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살짝 눈을 뜨니 그 사람은 없었습니다. 앞 서 가시던 아버지께서 무슨 일이냐며 걱정스럽게 쳐다보셨는데, 아무래도 아버지께서는 못 보신 것 같습니다. 사림인지 짐승인지 모르겠습니다. 털옷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려올 때 보니 아예 털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얼굴이 이상하게도 희미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목구비가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