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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과 창귀전설

할아버지가 말해준 전설이 있었어. '범'이라는게 있다고 하셨다. 그게 호랑이냐고 물었더니 호랑이랑은 틀린, '범'이라는게 또 있다고 하셨었다. 매우 빠르고, 사나우며, 사람을 잡아먹는데, 그 '범'에게 먹힌 사람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창'이라는게 된다고 하셨다. '창'은 '범'에게 "묶여서" '범'의 앞에 앞장서게 되는데, 그 '창'이 하는 역할은 자신이 살아 생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을 꾀어내는 것이라고 하셨다...'범'의 눈에서는 마치 도깨비불 마냥, 푸른 빛이 이글거리는데, 한번 눈을 맞추면 그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멍-하니 계속 보고있게 되고,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고 하셨다.

'범'은 최면에 걸린듯 아무 저항도 하지못하는 사람을 물고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데,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달린다고 하셨어. 보금자리로 돌아가, 사람을 잡아먹는데, 그렇게 먹혀 죽은 사람의 영혼은 저승길을 가지 못하고, '창'이 되어 '범'의 앞잡이가 된다고 하셨다. '창'은 생전에 자신이 알던 사람들을 찾아가고, 그 뒤를 '범'이 뒤따른다. 그렇게 '창'이 집앞에 도착하면 그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아주 간절히 불러서, 누구든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소리라고 한다.

그렇게 나가면 '창'의 뒤에 숨어있던 '범'에게 홀려 먹힌 뒤에 또다시 '창'이 되는거고. 지금까지 말한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창'은 정확히 세 번 이름을 부르는데, 그 세번 모두 대답을 하지 않으면, 포기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그럼 사는 거지. 그래서 누가 밤에 부르면 세번째까진 대답하지 않고, 네번째 불렀을 때에야 아 '창'이 아니라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대답을 했다고 해.